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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 감물, 육지사람은 뭔지 몰라요"

폭염속 한림읍 조끄뜨레 시장....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보다.

경기북부이슈 | 기사입력 2024/08/10 [11:05]

[여행노트] " 감물, 육지사람은 뭔지 몰라요"

폭염속 한림읍 조끄뜨레 시장....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보다.
경기북부이슈 | 입력 : 2024/08/10 [11:05]

 

▲ 한림민속오일장 모습

 

입추가 지났는데도 폭염이 꺾일 줄 모르고, 기승이다.

휴가를 갈까 말까 망설이다 방학을 맞은 초등생 1년 손녀의 제주도 여행을 따라나섰다. 8일부터 56일 일정이다.

폭염기세에 야외관광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더위를 피해 제주의 맛과 멋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기가 쉽지 않다.

9일은 때마침 숙소 근처 한림읍에서 한림 민속 오일장이 열리는 날이다.

우연히 세화 민속 오일장을 가본 적은 있지만 작심하고 제주민속 오일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제주도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엿볼 기회다.

 

▲ 시내버스를 타고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

 

한림 민속 오일장은 조끄뜨레 시장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조끄뜨레라는 말은 제주말로 곁에’, ‘가까이라는 의미가 있다.

주민 곁에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한림읍은 동굴지대, 넓은 목장, 해수욕장 등 천혜의 자연경관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어장의 한림항 등 농수축산업이 고루 발달한 지역이다.

협재, 금능해수욕장, 비양도 등이 주요 관광지다. 

인구 2만의 한림읍 주민 곁의 조끄뜨레 시장은 폭염도 아랑곳하지 않고 장마당이 펼쳐졌다. 민속 오일장이라 해서 노지에 물건을 내놓고 파는 장이 아니다. 고정 매대에 캐노피까지 돼 있는 상설시장이나 다름없는 모습이다.

 

▲ 아침에 직접 만들었다는 콩물과 우무가 인기다.

 

무더위 탓인지 붐비지는 않았다. 승용차로 시내버스로. 발길이 이어졌다. 할머니들이 시내버스에서 우르르 내리신다.

여름철엔 콩물에 우무채를 넣어 먹으면 최고입니다”  아침에 집에서 직접 만들었다는 콩물과 우무가 불티난다.  20L 콩물이 5천 원, 큰 사발만 한 우무가 한 모에 2천 원이다. 덩어리 우무를 무채 썰 듯이 먹기 좋게 우무채로 만들어 준다.

 

▲ 제주사람들이 갈옷을 만들 때 사용한다는 감물


20L 플라스틱 물병에 감물- 2만 원이라고 적혀있다. 감물이라? 먹는 것인지, 어떻게 쓰는지 쳐다보고 있으니, 주인이 거든다.

풋감 즙으로 염색에 쓰인단다. 하얀 셔츠를 물들이면 갈색의 옷이 돼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고 시원해 여름철 지내기에 아주 좋다며 입고 있는 갈 옷 셔츠를 보여준다. 제주 갈옷을 만드는 천연염색제다. 감물을 들인 갈옷은 여름철에 최적화된 제주 사람들의 생활복이다. “육지 사람들은 잘 모를 것이다라며 옷에 감물 염색을 한번 해보라라고 강력히 추천한다.

 

▲ 여름철 박김치 재료로 쓰이는 어린박

 

조롱박도 아니고 어린 박이 눈에 들어왔다. 많은 전통시장과 오일장을 다녀봤지만, 박을 파는 것을 본 것은 처음이다.  늙어 누런 오이인 노각 등 야채와 함께 있는 것을 보니 식재료로는 쓰이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박김치를 담가 먹으면 아주 좋습니다” 신기해 쳐다보고 있으니, 주인이 한마디 한다.

어린 박의 속을 파내고 껍질을 벗겨 납작하게 썬 다음 소금에 절여 파 고추 마늘 생강 등을 넣어 삼삼한 물을 넣어 담근단다. 나박김치와 비슷한 김치로 음력 7월께 주로 담가 먹는다.

 

▲ 한 시민이 지난 밤 낚시로 잡았다는 대왕 은갈치를 가리키고 있다.


한림항을 끼고 있어 싱싱한 해산물이 많았다.

특히 제주의 대명사 은갈치가 어물전마다 은빛을 뽐냈다. 제주 은갈치는 여름철에서 가을철 사이 어부들이 직접 낚시로 잡아 올린다. 어부가 직판한다는 어물전에는 크고 작은 은갈치가 가득하다.

대왕 은갈치가 1kg5만 원이다. 큰 것은 2.5kg 정도라니 갈치 한 마리가 12만 원이다. 이 대왕 갈치를 두 마리씩 사 가는 사람도 있다.

고등어를 열심히 손질하는 어물전도 눈에 띈다. 전국에서 주문받아 택배 발송을 한단다. 고등어는 노르웨이산이었다.

 

▲ 새콤달콤한 하우스 감귤이 제철이다.


감귤은 찬 바람이 부는 늦가을에서 겨울 사이 수확하는 제주 대표 과일이다. 이젠 여름 제철 과일이나 다름없이 무더운 여름철에도 얼마든지 하우스 감귤을 맛볼 수 있다. 겨울 동안 난방으로 비닐하우스서 재배해 5월부터 9월 사이 주로 수확한다. 새콤달콤하고 과즙이 풍부한 하우스 감귤은 무더운 여름철을 이기는 과일로 인기다.

황금빛 하우스 감귤이 한림 오일장 얼굴처럼 아름답다. 5kg 한 상자에 4만 원이다.

 

▲ 호미 낫 등 각종 농기구를 비롯한 생필품이 모여있다.

 

제주특산물인 오메기떡과 식혜 등을 파는 떡 가게, 순대, 튀김집도 사람들이 몰려있다. 각종 농산물에 생필품, 의류, 호미 등 농기구까지. 장을 둘러 보고 이것저것 사는 재미가 쏠쏠하다.  한 바퀴 돌았더니 여러 개 비닐봉지가 양손으로 들기 힘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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