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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노트〕" 성질 급한 사람은 갈치 낚시 못해요"

경기북부이슈 | 기사입력 2024/10/22 [08:18]

〔여행노트〕" 성질 급한 사람은 갈치 낚시 못해요"

경기북부이슈 | 입력 : 2024/10/22 [08:18]

 

▲ 70대 어르신이 낚시를 하면서 구경꾼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쉼 없이 일렁이는 물결 위에 떠 있던 형광 찌가 반쯤 들어가더니 다시 쑥 물속으로 완전히 사라진다.

 

순간 어두운 밤바다 허공을 가르는 은빛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갈치다" 2() () 밖에 안되네"  70대 어르신은 칼을 꺼내 갈치의 주둥이와 꼬리 부분을 잘라내더니 바다로 던진다.

 

21일 밤 850분께, 여수가 품은 동백섬이 멀리 밤바다에 윤곽이 드러나는 EXPO 해양 공원 숙박 단지 옆 해안가 둑길. 산책길에 밤바다 찌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을 볼 수 있었다. 발걸음을 멈췄다가 난생처음 찌낚시로 밤바다에서 갈치를 잡는 현장을 맞닥뜨린 것이다.

 

"오늘은 날씨 탓인지 어째 통 물지 않네요."  ‘잘 잡히느냐?’는 어깨너머로 건넨 말에 바로 응대다단속반원이 오면 낚시도구를 싸 들고 갔다가 다시 돌아오고를 반복하고 있단다. 보통 초저녁에 한 번 오면 다음엔 오지 않는데 오늘은 두 번이나 짐을 쌌다고 했다.

 

"다른 고기와 달리 갈치는 예민하고 영리합니다. 입질할 때 낚시 대를 들어 올리는 성질 급한 사람은 갈치 못 잡아요."  갈치는 물속에서 직립(直立)해 있다가 먹이를 물을 때 옆으로 헤엄치는 데 입질할 때는 미끼 끝을 물고 있는 거라서 이때 낚아채면 안 된다는 것이다. 찌가 반쯤 물에 잠겼다가 다시 완전히 물속으로 들어간 것을 지켜본 뒤에 낚싯대를 들어올려야 갈치가 달려 나온다고 설명했다. 찌가 반쯤 들어갔을 때 낚아채는 다른 고기 찌낚시 법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여수항 부근을 비롯한 돌산 앞 바다에는 정어리 등 갈치가 좋아하는 먹잇감이 풍부해 갈치가 많이 몰려든다. 덕분에 갈치 찌낚시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여수 갈치 찌낚시는 9월 하순부터 11월 말까지 갯바위, 방파제 등에서 주로 한다. 먹이활동을 밤에 하는 야행성이라 해가 진 밤 6시부터 동이 트는 새벽까지다. 미끼는 학꽁치나 꽁치를 주로 쓰고 멸치나 고등어, 때론 갈치도 사용한다.

 

"7시부터 11시까지 보통 20~30수는 잡는다. 이 중 4() 크기도 2~3마리는 된다"라고 했다갈치 크기는 손가락 개수로 표현하는데 2지는 풀치라고 말하는 가장 적은 것을 말하고 2지반()부터는 찌개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4지는 시중에서 한 마리 당 2-3만 원은 줘야 할 정도의 크기를 말한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 방금 잡아 올린 갈치는 도막 내 묵은지를 넣고 팔팔 끓이면 최고입니다." 싱싱한 갈치는 회를 떠서 먹어도 좋단다. 3지 크기부턴 세 도막 내 가운데는 소금으로 간해 구이로, 나머지는 찌게 거리다잡은 갈치는 이웃과 진구와 나눠 먹는 재미가 더 크다고 했다.

 

낮엔 돌산도 앞 바다서 벵에돔 3마리에 학꽁치 20여 마리를 잡았다고 자랑했다학꽁치는 갈치 미끼로도 쓰이지만, 일본으로 수출하는 고급 어종으로 횟감으로 으뜸이라고 치켜세웠다. 꾸덕꾸덕하게 말렸다가 구워 맥주 안주하면 최고라고 연신 학꽁치 예찬이다.

 

지금은 은퇴해 거의 매일 바다낚시로 소일하고 있다고 했다" 집에 있으면 TV만 보다가 잠자는 일밖에 다른 일이 있습니까? 이렇게 밤 낚시 나오면 맑은 공기 마시고 운동도 돼 건강에도 좋고 고기도 잡고 무료하지 않아 일거에 3 득이죠"

 

어르신의 밤바다 낚시 예찬을 듣다 보니 어느 사이 30여 분이 훌쩍 지났다소금기가 얹힌 비린내음의 바닷바람이 코끝에 와 닿는다. 깜깜한 바다 저 멀리 환한 불빛의 배들이 보석처럼 아름다운 10월의 여수 밤바다다.

김동일기자 5352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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