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광양 매화축제 '꽃밭에 봄 마음 가고 가고 또 간다'섬진강에 핀 봄 구경 나온 인파로 온 종일 시끌벅적.... 아름다움 절정, 이번 주말 막 내려
차창을 여니 따사롭고 싱그러운 강바람이 차 안에 가득 차온다. 기온이 20도 가까이 올라간 15일 금요일 오전 10시께 섬진강 끝들 마을 들녘은 가득 찬 비닐하우스가 강물의 윤슬처럼 빛났다.
매화축제장 입구 섬진강 변에 마련된 주차장은 주차 차량의 끝이 어딘지 모르겠다. 축제가 열리는 매화마을까지는 걸어서 20분 차량으론 5분 정도다. 대형 셔틀버스 10대가 부지런히 실어 나르는 데도 적어도 20~30분은 기다려야 차를 탔다.
매화마을 축제장은 몽골 텐트촌 같다. 텐트를 쳐 매표 등 축제 지원사무실로 쓰고 지역 농특산품을 파는 판매 공간 등으로 활용하면서 수십 개가 한 곳에 있어 장관이다. 꽃구경하러 온 것인지 사람 구경하러 온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북적였다.
‘매화가 오니 섬진강에 봄이 피었다.’
제23회 광양매화축제 표어처럼 매화가 피니 섬진강가 매화마을에는 어느사이 봄이 와 있었다. 거무칙칙해 투박스럽고 무뚝뚝해 보이기까지 한 지리산 자락이 만발한 매화에 활기를 찾았다. 꽃눈이 내려 덮은 산자락은 군데군데 홍매화가 불그스레 아름다움을 더했다.
가지에 달린 다섯장의 꽃잎은 바라볼 수록 여리고 순수하다. 겨우내 매서운 섬진강 강바람을 맞서 이겨내고 남보다 앞서 새 생명을 탄생시킨 강인함도 엿보였다.
섬진마을 매화길은 아름다움에 취한 발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매화와 사람이 하나가 됐다.
매실 아이스크림 집은 대박이었고 입장료 5천 원을 지역화폐로 되돌려준 광양시의 아이디어는 국숫집과 파전집을 불나게 했다.
매화가 만들어내는 절경에 취해 발길을 옮기다보니 어느사이 저 아래 섬진강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모든 것을 아우르고 품에 안은 섬진강 강물처럼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만든다.
“제가 사진을 찍어드릴까요?” 요청하지 않았는데도 서로 번갈아 가며 사진을 찍는 어르신 부부를 지켜보던 한 젊은이는 함께 포즈를 취하시라 권한다.
“내가 집에서 직접 뜯어서 나온 겁니다.” 어린 머위나물을 팔던 할머니는 더 달란 말도 하지 않았는데 한 움큼 덤이다.
축제가 하루이틀사이 곧 끝날 것이란 친구 이야기를 듣고 부랴부랴 의정부에서 5시간 이상을 달려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북부보단 적어도 보름 이상은 앞당겨 봄꽃을 맞고 모처럼 사람사는 세상을 맛보았으니 말이다.
지난 10일 시작한 광양매화축제는 17일 막을 내린다. 하지만 아직 꽃이 싱싱한 데다 피지 않은 꽃들도 많아 다음 주까진 섬진강주변과 매화마을 매화 구경은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섬진마을 매화길엔 김영랑 시인의 ‘꿈 밭에 봄마음’이란 시를 새겨놓은 돌이 서있었다.
“ 굽어진 돌담을 돌아서 돌아서 달이 흐른다. 놀이 흐른다. 하이얀 그림자 온실을 즈르르 몰아서 꽃밭에 봄마음 가고 가고 또 간다”
<저작권자 ⓒ 경기북부이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