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중국산 가따가 속여 팔면 큰일 나지랑요"전주천 새벽 (도깨비 )시장....이서, 금구, 관촌, 소양 등 농민들이 직접 판매, 봄나물 지천 ,시민과 상인에게 인기
조선시대 전라도를 통괄했던 관아(지금의 도청)인 전라감영이 있던 전주는 볼거리, 먹거리가 풍부한 예향의 도시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진 경기전을 비롯해 오목대, 풍남문, 전동성당, 한옥마을 등 조선시대, 근, 현대를 아우르는 역사 문화 관광지로 특별한 사랑을 받는 곳이다.
비빔밥, 콩나물국밥, 한정식 백반 등 전주만의 맛깔나는 솜씨와 넉넉한 인심이 곁들여진 음식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주하면 대사습놀이가 떠오르는 전통국악의 본향인 데다 서예나 수묵화 1.2점을 걸어놓지 않은 집이나 가게가 드물 정도로 예향이 그윽한 곳이다.
멋과 맛의 정취가 가득한 전주에서 또 하나 숨겨진 볼거리는 서민들의 삶의 체취를 직접 맛볼 수 있는 전주 남부시장 앞 전주천 변에 열리는 전주천 새벽시장이다.
매곡교와 싸전 다리 사이 전주천 변과 둑길에서 열리는 전주천 새벽시장은 도깨비시장이라고도 불린다.
아침 새벽 5시부터 9시 전후까지 남부시장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때까지 열렸다가 사라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작은 규모였던 것이 입소문이 나면서 2010년대 초반 이후 천변에 300m 이상 노점이 이어질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전주 인근뿐 아니라 멀리 임실, 오수, 진안서까지 농민들이 농산물을 가지고 온다고 한다.
농민과 전주시민, 상인들이 만나는 직거래 장터다. 특히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찾는다.
농민들은 농산물을 중간상인 없이 직거래할 수 있어 좋고 시민들은 싱싱한 농산물을 값싸게 살 수 있어서 갈수록 인기다.
사전투표를 하고 전주에 볼일이 있어 잠깐 내려온 사이 지난 10일 오전 7시께 전주천 새벽시장을 찾았다.
불그스레 햇기운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기린봉을 멀리 뒤로하고 한벽루를 휘돌아 내려온 전주천 변에는 이미 수많은 좌판이 펼쳐져 있었다.
둑길 도로 한 차선은 물건을 사러 타고 온 차량들이 차지했고 건널목 앞까지 좌판이 점령했다.
자연산 머위 5천 원, 미나리가 한 단 3천 원, 딸기 한 박스 7천 원, 대파 한 단 2천 원, 쪽파 한 단 5천 원. 여기저기 손님 부르는 소리다.
산나물, 채소, 과일, 콩, 고구마, 감자 등 각종 농산물에 과일, 생선, 약재까지 없는 게 없다. 제철인 산 두릅, 취, 머위, 쑥, 돌미나리, 풋마늘, 고사리 등 봄 냄새가 가득하다.
완주 이서, 금구, 관촌, 소양 등지에서 농민들이 직접 농사를 짓거나 채취해 가지고 나온 농산물이다.
송광사가 있는 완주 소양 청정지역에서 직접 뜯은 쑥이 큰 비닐봉지에 듬뿍 담아 2천 원이다.
상추와 시금치를 파는 트럭 판매상 앞은 온통 난리다. 한 봉지 듬뿍담아 2천 원씩 팔면서 사람들이 끊임없이 몰려든다. 한 사람은 쉴 새 없이 상추와 시금치를 비닐봉지에 담고 한 사람은 거스름돈 내주기에 정신이 없다.
햇쑥으로 만든 작은 접시 크기의 쑥개떡이 4장에 2천 원, 도토리를 직접 주워 쑤었다는 사발만 한 도토리묵이 5천 원이다.
전주 천변 새벽시장 노점도 철 따라 색깔이 바뀐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면서 농민들이 가지고 나오는 각종 농산물이 다르기 때문이다.
“민물고기는 없냐?”는 물음에 “잉어, 가물치, 붕어, 미꾸라지 등을 비롯해 민물새우까지 가지고 나오는데 아직은 철이 아니다”라고 한다.
이것저것 사면서 한 바퀴를 도니 양손에 여러 개의 비닐봉지가 손이 아플 정도다.
볶은 검은깨를 한 봉지 살 요량에 “ 이것 국산이에요? ” 묻자 “ 중국산 가따가 속여 팔면 큰일 나지랑요. 직접 농사지은 거시요" 할머니의 대답이다.
흙냄새 나는 인간미를 느낄 수 있어 아침 공기만큼이나 기분이 상쾌했다. <저작권자 ⓒ 경기북부이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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